코로나19(COVID-19) 사태가 1년 반가량 지난 지금 여러 나라가 방역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닌 관리로 이전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엔데믹(풍토병)으로 관리해 일상 회복을 본격화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경제적 부담도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 관련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코로나19가 더 이상 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질병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덴마크인들은 이날부로 접종 증명서 등 백신 여권(접종 증명서) 없이 클럽과 식당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인원 제한 없이 모임도 가능하다. 팬데믹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덴마크가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높은 백신 접종률이다. 덴마크는 전체 인구의 74%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최근에는 확진자 증가세도 꺾였다. 매그너스 휴니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감염 재생산지수가 현재 0.7을 기록하고 있다. 백신 접종과 시민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밝혔다. 감염 재생산지수는 확진자 한 명이 주변에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1을 넘으면 확산세, 1 이하면 감소세를 의미한다.
칠레도 국경을 열며 위드 코로나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보건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 접종 가능한 칠레인의 약 87%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칠레는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도입했으며, 지난 13일부터는 만 6~11세 어린이들에게도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칠레는 내달 1일부터 남반구 국가 여름 시즌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을 받기로 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도착 72시간 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5일 격리 기간을 거쳐 입국할 수 있다. 호세 루이스 우리아르테 관광부 차관은 “외국인 관광객이 칠레에 올 수 있다는 사실은 국경을 여는 중요한 첫 단계”라며 “보건 상황이 잘 유지되면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는 지난 6월 아시아 최초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확진자 수 집계를 중단하고 독감처럼 위·중증 환자만 관리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일상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싱가포르 코로나19 책임자는 “나쁜 소식은 코로나19가 절대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며, 좋은 소식은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정상적인 이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엄격한 방역 정책을 시행해온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달 일부 방역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게 식당 내 취식을 허용하고, 모임 제한 인원도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백신 완전 접종률이 80%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추가 규제 완화를 중단한 상태다. 전날 싱가포르 신규 확진자는 910명으로, 1년4개월여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태국은 다음 달부터 수도 방콕을 비롯해 주요 관광지를 외국인 관광객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여행지인 푸켓은 이미 지난 7월1일부터 백신을 맞은 외국인 여행객에게 격리 없는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같은 달 15일부터 코사무이, 코팡안, 코따오 등에도 이를 적용했다.
태국은 최근 확산세가 다소 잦아들긴 했지만 아직도 하루 1만명대의 확진자가 나온다. 백신 접종률도 낮아 완전 접종률이 20%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주력인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자 코로나 공생을 택했다. 2019년 기준 관광산업은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20%가량을 차지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3차 대유행 속에서도 방역 규제를 완화하며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다. 전국 야간통행 금지 시간은 밤 11시~오전 4시로 단축됐고, 대규모 모임인원은 실내 250명, 실외 500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주류 판매도 일주일에 4일만 허용했으나, 이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가능하다. 아직 백신 완전 접종률이 13%로 낮은 수준이지만, 남아공 정부는 성인 인구 전체가 맞을 백신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