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L하면 <나쁜 콜레스테롤> 하나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 그냥 간단하게 그렇게들 알고 있습니다.
LDL 가설은 가설로서는 훌륭합니다.
LDL 수치가 높을 수록 동맥경화의 위험이 올라가니 왠지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LDL 수치가 높은 환자들의 동맥경화 발병율이 높더라>는 가설은 하나의 관찰 통계일 뿐입니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뜻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금지옥엽처럼 떠받들며 대단히 과학적인척 하는 의사들도 콜레스테롤 가설 만큼은 <상관관계>에 머무는데 아무런 불편함을 못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은 <인과관계>를 파헤쳐 보도록 할께요.
우선 LDL 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이 아닙니다.
두 말하면 잔소리 같아서 부연설명이 필요하신 분들은 영상 참고:
콜레스테롤 자체가 건강한 세포를 만드는 기초 재료가 되고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의 원료인건 잘 알고 계실 거에요.
비타민D도 만듭니다.
만약 LDL 콜레스테롤이 없다면,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을 포함한 모든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정상적으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결국 LDL 콜레스테롤도 <좋은 콜레스테롤> 입니다.
LDL 콜레스테롤이 감염과 싸웁니다.
세균에 감염되면 우리 몸에 들어온 박테리아들은 엔도톡신 endotoxin을 분비합니다.
박테리아가 내뿜는 엔도톡신은 강력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데 우리 면역시스템도 이에 반응해 염증물질들을 내뿜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닥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가로막는 것이 LDL 콜레스테롤 입니다.
쥐 실험에서 LDL 수치가 높은 쥐들이 감염에 대해 8배 높은 방어력을 보였습니다.
반면, LDL 수치가 낮은 쥐들일수록 염증반응도 크게 나타났고 치사률이 높았습니다.
쥐 실험은 그렇다 치고, 사람은 어떨까?
사람도 LDL 수치가 높을수록 감염으로부터 방어력이 높다고 하는 증거가 과연 있을까?
있어요!
사람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LDL 수치가 높은 것이 감염 예방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노인들은 LDL 수치가 높아야오래 사는것도 오래 사는 거지만활력있고 총명하게 삽니다.
당연하지요.
뇌 세포도 콜레스테롤!
성호르몬도 콜레스테롤!
그런데 스타틴 약물로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놓으니당연히 총명함도 없고,기운도 없고, 정력도…
암환자들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 위험하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암환자든 노인이든 면역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LDL 콜레스테롤이 취약해진 면역력을 보완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자체는 원래 악당도 아니고, 좋고 나쁘고도 없이 자기 할 일을 하는것 뿐이에요.
우리 몸을 헤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럼 뭐가 문제냐?
언제 문제가 되느냐?
<인슐린저항성>입니다.
<인슐린저항성>의 반대는 <인슐린민감성> 입니다.
세포가 인슐린을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태.
원래 우리 몸의 세포들은 인슐린에 민감하게 잘 반응했습니다.
인슐린이 신호를 보내고 포도당을 운반해 주면 잘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신호를 자주 보내고 너무 많은 포도당을 밀어 넣다 보니 세포가 죽을 것만 같아서 인슐린을 저항하게 된 것이 인슐린저항성이 생긴 원인입니다.
<인슐린저항성>이 없는 상태에서는 LDL 콜레스테롤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별 5개 치세요! 제일 중요!)
인슐린저항성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혈관질환 발병율과 아무런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인슐린저항성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LDL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죽상동맥경화 발병률이 높습니다.
<인과관계>가 존재 합니다.
혈관이 막힐 확률이 높다는 거에요.
무슨 뜻인가?
<LDL 콜레스테롤>이 문제가 아니라 <인슐린저항성>이 문제란 뜻입니다.
동맥경화를 포함한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이 심각한 심혈관질환의 원인 자체가 <인슐린저항성> 이라는 뜻입니다.
LDL의 총량에 대해서도 논하고 LDL의 종류에 대해서도 논하지만 LDL이 처한 환경이 더 중요합니다.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서 LDL이 혈관벽에 더 잘 달라붙을까?
(aka 혈관을 더 잘 틀어 막을까?)
혈관벽의 건강 상태에 달려 있습니다.
이렇게 비교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벽에 테니스 공을 던지는데
1. 벽면이 매끄럽고 깨끗한 경우와
2. 벽면이 벨크로 찍찍이로 이루어진
두 가지 경우가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어느쪽에 테니스공이 더 잘 달라붙을까?
답은 뻔합니다.
혈관 상태도 이와 같습니다.
건강한 혈관벽은 원래 매끄럽지만 인슐린저항성이 있는 환자의 혈관벽은 염증과 상처가 많아서 LDL 콜레스테롤이 달라붙기 좋습니다.
LDL 콜레스테롤도 그냥 심심해서 달라붙는게 아니라 상처와 염증을 고쳐야 하니까 달라붙을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Molecular Velcro 라고 해서 굳이 번역하자면 ‘분자 찍찍이’쯤 되는데, 인슐린저항성이 심할 수록 혈관 벽과 LDL 콜레스테롤 두 가지 모두 외부 벽면에 Molecular Velcro로 이루어진 코팅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와 증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달라붙어 혈관을 틀어막는 중상동맥경화의 위험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인슐린저항성이 심할수록> 입니다.
미국에서는 전체 성인 인구의 88%가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대사증후군의 원인은 인슐린저항성이구요.
인슐린저항성이 있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본인이 인슐린저항성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장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슐린저항성>이 뭔지 미리 알고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가진단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당뇨 진단을 받았다면 절대 <갑자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10년 이상 인슐린저항성이 지속되고 있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오늘의 결론>
인슐린저항성과 염증이 없는 상태라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하더라도 우리 몸을 헤치는 것이 아니라, 면역반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인슐린저항성이나 좀 어떻게 해 봅시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qjmed/article/96/12/927/1533176
https://pubmed.ncbi.nlm.nih.gov/14631060/
https://www.bmj.com/content/368/bmj.m1182/rr-21
https://pubmed.ncbi.nlm.nih.gov/7729918/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22227520333630
https://pubmed.ncbi.nlm.nih.gov/7772105/
https://pubmed.ncbi.nlm.nih.gov/11259144/
https://diabetes.diabetesjournals.org/content/50/9/2126
https://pubmed.ncbi.nlm.nih.gov/18489581/
https://pubmed.ncbi.nlm.nih.gov/10978261/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BF00400234
https://www.liebertpub.com/doi/10.1089/met.201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