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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의학과 환자혁명의 발상지

베르베린이 대장암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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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린은 보통
1. 인슐린 저항성 감소
2. 장누수 증후군 치료
3. 심혈관 질환 예방과
관련하여 잘 알려진 영양소입니다.

그런데 베르베린과 대장암에 관한 꽤 흥미로운 연구가 나왔습니다.

영양제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믿음을 갖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반대로 ‘영양제니까 별 효과 없겠지’ 하고 무조건 무시하는 것도 결코 옳은 태도는 아닌듯 한데, 중요한 것은 영양제냐 약이냐 하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고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는 대장암의 전단계 병변인 대장 선종(adenoma)의 재발을 살펴본 무작위 대조시험입니다.

후속 연구는 더 흥미로운데 베르베린 복용을 중단한 이후에도 과거 베르베린을 복용했던 사람들에게서 장기간 선종 재발 위험이 낮은 패턴이 관찰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연구에서는 2년 동안 과거 대장 선종을 제거한 경험이 있는 환자들 약 1,000명을 추적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그룹에는 베르베린을 주고, 다른 그룹에는 위약(placebo)을 줬습니다.

연구진이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대장암이 발생했느냐’가 아니라 제거했던 대장 선종의 재발이었습니다.

우선, 선종은 암이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 선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대장암 전암성 병변으로 봅니다.

관찰 결과 베르베린을 복용했던 그룹에서 대장 선종 재발 위험이 감소했고, 그 차이는 약 23%였습니다.

단순한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 결과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차이가 관찰된 것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위험한 선종’도 감소했다는 것인데, 모든 대장 선종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크기와 조직학적 특징 등에 따라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종들이 있습니다.
이를 진행성 선종이라고 합니다.

진행성 선종: advanced adenoma

베르베린 그룹에서는 전체 선종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진행성 선종도 함께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감소 폭은 50%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신뢰구간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50% 감소시킨다’고 단정해서는 안되겠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단순히 선종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위험할 수 있는 선종들이 감소하는 신호가 관찰된 것입니다.

베르베린이 도대체 어떻게 대장의 전암성 병변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아직 정확한 기전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결과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존재합니다.

현재 제시되는 두 가지 가능성은
1. 대장 세포에 직접 작용
2. 장내 미생물 환경에 작용

첫 번째는 가능성의 경우를 보면 대장 세포에 직접 작용한다는 것인데, 베르베린이 대장 상피세포에 들어가 여러 단백질과 신호전달 경로에 영향을 주면서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세포가 암세포 쪽으로 발전하는 신호에 제동을 거는 것입니다.

두 번째 가설은 장내 미생물입니다.
베르베린이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장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누수 증후군 치료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 결과 대장암이 발생하거나 성장하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장내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제시됩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증명된 것은 없고 결과에 대한 추측이고 가설이고 ‘가능한 기전’에 불과 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흥미로운 연구인데, 진짜 재미있는 결과는 그 다음에 이루어진 후속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기존 연구 참가자들을 다시 추적했습니다.

최초 임상시험이 2년이었고, 그 이후 약 6년을 추가로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합니다.

처음 베르베린을 복용했던 사람들에게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선종 재발 위험이 낮은 패턴이 계속 관찰된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1차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8년 동안 계속해서 베르베린을 먹었던 것이 아닙니다.
연구 목적으로 베르베린을 복용한 기간은 처음 2년이었고, 그 이후 6년의 추적기간에는 베르베린을 복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과거 베르베린을 복용했던 그룹에서 위험이 감소되는 것이 관찰됐습니다.

먹을 때만 효과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복용이 끝난 이후에도 무언가가 남아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에 대한 해답이나 결론은 아직 없습니다.

그렇다면 베르베린을 2년만 먹으면 6년 동안은 암이 예방되는 걸까?

그건 너무 앞서가는 것 같고,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됩니다.

최초 2년의 연구는 무작위 대조시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장기 추적기간에는 더 이상 베르베린과 위약을 무작위로 투여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처음 2년 동안 관찰된 결과와 이후 6년 동안 관찰된 결과는 근거 수준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장기 추적 결과를 두고 ‘6년 까지도 선종이 예방된다’라고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과거 베르베린 복용 경력과 선종 재발 위험 감소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된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충분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연구가 보여준 것보다 한 발 더 나가버리면, 이는 더이상 과학이 아닌 비과학적 주장이 됩니다.

연구진 역시 여러 교란변수를 보정했지만, 장기간의 관찰연구에서는 연구진이 측정하지 못한 다른 생활습관이나 건강상태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추적 관찰 연구의 한계입니다.

베르베린이 장내 미생물 환경에 변화을 주었다는 가설이 훨씬 더 흥미로운 이유는 만약 베르베린이 단순히 흡수되어 특정 효소나 신호전달 경로를 잠시 억제하는 정도였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수년이 지난 뒤에도 차이가 관찰되는 것을 설명하기 쉽지 않을뿐만 아니라, 흡수되었다면 몸 전체에 걸쳐 다른 세포들에도 영향을 끼칠텐데 장에만 국한되었다는 점도 장내 환경 가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 입니다.

물론 이 연구는 대장 선종만을 관찰한 연구기 때문일 수도 있어서 다른 암과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추가 연구의 필요성도 있습니다.

아무튼 장내 환경에 생긴 변화가 두 그룹간의 차이라고 볼 경우,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되면서 대장의 환경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가설입니다.

또한 만약 이 가설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미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베르베린이 똑같은 효과를 낼까?’ ‘선종이나 대장암을 예방할까?’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베르베린을 먹어야 한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보통 영양제는 말 그대로 보충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목적으로 평소 식습관에 우선 순위를 두고 보조적으로 활용하면 그만인건 맞지만, 때론 치료나 예방과 같은 특수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https://cafe.naver.com/drjoshuacho/80556

이 연구의 한계가 있는데, 참가자들은 모두 중국인이었습니다.
(중국것은 다 무시한다는게 아니라)

식습관은 장내 미생물 구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중국인의 식생활 환경에서 나온 결과가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똑같이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대장암은 예전에는 미국,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부쩍 늘어난 암이기 때문에 식습관의 영향을 받습니다.

아무렇게나 먹으면서 베르베린을 열심히 챙겨 먹어봤자 소용 없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서구식 식사를 하는 사람과 식물성 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사람의 장내 미생물은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른 식습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훨씬 더 중요한 한계가 있는데 연구 참가자들은 건강한 일반인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대장 선종이 발견되어 제거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를 보고 ‘베르베린을 먹으면 대장암이 예방된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논문 읽는 법: 표본편향> 참고:
https://cafe.naver.com/drjoshuacho/76921

용량
연구에서 사용한 베르베린은 하루 총 600mg이었습니다.
300mg씩 하루 두 번으로 나누어 복용하게 했습니다.

부작용
연구에서 보고된 부작용은 비교적 많지 않았습니다.
연구 대상 자체가 이미 선종을 제거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은 같은 용량에도 다른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용량-반응관계에 있기 때문에 체중, 나이, 건강 상태 등 모든 것을 감안하여 개인마다 필요한 용량은 다를 수 있습니다.

베르베린 정도 되는 영양제는 약물과 크게 다르지 않게 강력하고 약물과 상호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결론
저는 베르베린에 관한 긍정적인 연구가 나와서 신이 나서 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베르베린이 만병통치약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며, 제가 이 연구에서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의약품과 영양제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금 심한 경우 의약품은 과학이고 영양제는 비과학이라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천연 성분은 무조건 좋고 약은 무조건 나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다 너무 극단적이고 단순한 접근입니다.
유아적인 발상입니다.

우리 몸은 그것이 약인지 영양제인지 구분하지 않습니다.
몸이 반응하는 것은 결국 분자와 용량과 환경입니다.

그래서 판단의 기준도 ‘약이냐 영양제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근거가 있느냐?
효과의 크기는 어느 정도냐?
누구에게 효과가 있었느냐?
부작용은 무엇이냐?
이런 것들을 봐야 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대장 선종을 제거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600mg의 베르베린을 2년간 투여했을 때 선종 재발 위험이 감소했습니다.

진행성 선종 역시 감소하는 신호가 관찰되었습니다.

그리고 복용을 종료한 뒤 장기간 추적했을 때도 과거 베르베린을 복용했던 그룹에서 위험이 감소되는 것이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그저 하나의 연구일 뿐입니다.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장기적인 효과가 정말 베르베린 때문인지, 장내 미생물의 변화 때문인지, 다른 요인이 작용했는지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결과를 건강한 일반인의 대장암 예방 효과로 확대해서 해석해서도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베르베린을 단순히 ‘혈당 낮추는 영양제’나 ‘콜레스테롤 낮추는 영양제’ ‘장누수 증후군 치료하는 영양제’ 정도로만 알고 지나치기에는 꽤 흥미로운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무엇이든 믿는 것도 아니고, 무엇이든 불신하는 것도 아닙니다.
증거가 나오면 그 증거만큼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베르베린과 대장 선종에 대해서는 지금 딱 그 정도가 적절해 보입니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지켜볼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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