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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 잘 듣는 한국…”백신 꺼져라” 20% 극렬거부 美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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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의 촉: 백신을 둘러싼 한국·미국 차이
 
조 바이든 대통령은 6일 “여러분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백신을 맞는 것”이라며 “우리는 힘들게 싸웠고 진전도 있었지만, 지금에 만족할 수는 없다”며 백신 접종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접종센터에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일일이 찾아다니며 백신을 맞히기로 했다. 수만 곳의 마을약국·병원·소아과 등에서 접종하고, 의료진이 집이나 직장을 방문해 백신을 맞히기로 했다. 
 
기자가 참여한 단체 카톡방은 11일 밤 11시 30분부터 12일 새벽까지 내내 시끄러웠다. 모더나 백신 예약이 안 돼 몇 시간째 씨름 중, 알람을 맞춰 새벽에 일어나서 예약에 성공, 이런 메시지가 속속 올라왔다. 12일 오후 질병관리청이 백신 부족을 이유로 예약을 중단하자 “장난치는 거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14일 오후 8시 예약이 재개되고 서버가 버벅거릴 때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하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한국은 백신이 넘치는 미국이 마냥 부럽다. 미국은 네트워크나 서버를 마비시킬 만큼 접종에 적극적인 한국이 부러울지 모른다. 극과 극의 상황이 이어진다.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의 67.9%가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수차례 읍소해도 70%를 넘지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를 비롯한 보수 진영의 거부가 완강하다. 미국인의 27%는 접종 가능성이 작다. 완고한 접종 거부자가 20%나 된다. 로런보버트(콜로라도)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은 “수당도 복지도 필요 없으니 제발 꺼지라고 정부에 말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할 정도다. 

 

55~59세 백신 접종 예약이 14일 오후 8시 재개돼 신청자가 몰리면서 대기시간이 144시간에 이르는 등 서버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했다. 뉴스1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는 백신 불신이 뿌리 깊다. 무려 223년 전 1798년 미국 보스턴의 의사와 성직자들이 ‘백신 접종 반대 소사이어티’를 결성했고, 이들은 “백신 접종은 하늘에 대한, 더 나아가 신의 의지에 대한 도전”이라고 선언했다고 한다(『미국에서의 백신 반대 운동』이현주).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미국·영국 등에서 백신 접종 강제법이 생기자 “개인 건강에 대한 주 정부의 의사결정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부작용 논란도 뿌리 깊다. 1974년 백일해 백신과 뇌 손상의 연관관계 논문이 영국 의학저널에 실렸고, 1990년대 말 MMR(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 백신과 자폐증의 관련성 논문이 나왔다. MMR 백신 논문은 오류가 드러나 삭제됐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백신이나 신약 임상시험 과정에서 난리 난 경험이 많다. 한국은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을 가져와 사용해 부작용 경험이 없다”고 분석한다. 1999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유전자치료센터가 선천성 유전병 환자 제시 겔싱어(당시 18세)에게아데노 벡터를 이용한 백신을 투여했지만 극심한 염증 반응이 발생했고 여러 장기 손상으로 4일 만에 숨졌다. 미국 주도로 2004~2007년 에이즈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009년 중간 분석 결과, 백신 투여 그룹이 에이즈에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긴급 사용 허가를 받은 것이지 아직 정식 3상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접종을 꺼리는 미국인도 적지 않다. 한국은 이런 걸 따지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국은 미국이 쳐다보지도 않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주력 제품으로 사용한다. 희귀 혈전증 논란이 일었으나 50대 아재들이 잔여 백신에 대거 몰리면서 논란을 뒤덮었다. AZ백신 1차 접종을 무리하게 늘리다 보니 2차 물량이 부족해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 접종 해도 50세 이상의 4.5%만 거부했다. 50대 후반 아재들은 14일 질병청의 예약시스템 뒷문을 찾아낼 정도로 적극적이다. 정부가 이달 1일 1차 이상 접종자에게 야외 ‘노 마스크’를 허용했다가 4일 만에 뒤집어도 묵묵히 따른다. 서유럽·미국에서 흔하디흔한 마스크 반대 시위 한 번 없다.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태도에도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김 교수는 『아메리칸 앤드 게임』『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등을 펴낸 미국 전문가이다. 
 
김 교수는 “미국에는 원래부터 백신 불신이 적지 않다. 하물며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에 시간이 덜 걸렸고 확실하게 검증된 게 아니라는 불신을 받는다”며 “백신을 맞고 안 맞고는 내 마음인데, 왜 국가가 나서 사생활을 강제하느냐. 의사결정권을 중시하는 역사적 전통이 이번에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 교수는 “한국인은 국가에 순응적이다. 개인보다 옆 사람을 더 생각하고,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가 우선한다. 전체가 뭔가를 하면 순순히 따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두 나라의 차이를 따지면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백신만 제대로 확보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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