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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의학과 환자혁명의 발상지

약을 달고 살면서 현대의료에 실망했다면 ‘기능의학’이 대안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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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에 맞닿은 기능의학 점차 주목
약 위주 획일적 의료에 환자 선택 넓어져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내부. (자료사진=연합뉴스)

 

70대 중반 여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건강에 대한 조언을 받고 싶어서 전화를 한 것이란다. 지금 몸 상태가 어떠한지 물었더니 30여 년 동안 약을 달고 살고 있으며 지금도 몸이 종합병원이라고 한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병원을 찾았고 의사가 시키는 대로 약을 먹었고, 아픈 데는 더 많아지고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다며 조언을 구했다.

무슨 약을 드시냐고 물었더니 “고혈압, 당뇨, 고지혈, 심장약 등등 아주 많아요”라는 답을 들려준다. 게다가 예전에는 유명 의사가 제공하는 식이요법 등도 해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몸이 좀 좋아졌지만 근본적으로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고 다시 병원 신세를 오랫동안 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건강 문제에 대한 조언엔 항상 부담이 따른다. 개인마다 환경과 생활이 다르고 책임 문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줄 수 있는 말은 “좀 더 공부해서 약과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건강해지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약에 의존하는 한 몸이 건강해지기 보다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 정도다. 구체적은 의료 결정은 당사자 몫이다. 

누구라도 병원을 찾는 사람이라면 좋은 의사를 만나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런 소망과 거리가 멀다. 환자는 의사로부터 속시원하게 병의 원인을 듣고 싶어하지만 병원에서 벌어지는 ‘3분 진료’ 여건에서 의사와 환자의 긴밀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검사 – 3분 진료 – 약처방’으로 이어지는 병원 쇼핑이 기약도 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대 의료시스템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처럼 열심히 병원 순례를 하는데도 몸이 좋아지지 않으면 위의 여성처럼 “어디 추천해줄 만한 좋은 의사 없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좋은 의사’. 참 애매한 말이다. 응급처치를 잘 하고 외과적 기술이 탁월한 ‘실력 있는’ 의사가 ‘좋은 의사’일 수 있다. 당장 위급한 생명을 구할 수 있으니 의사로서는 존경받을 부분이다. 그렇지만 원인도 잘 모르는 만성질환, 신경계 질환, 내과 질환 등 분야에선 ‘좋은 의사’로 구분하는 기준이 참 애매하다. 여기엔 환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환자에게 무엇보다도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의사의 소명을 말한 ‘의성’ 히포크라테스를 비롯해 역사적으로도 ‘좋은 의사’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비슷했다. 돈이나 명성보다는 환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병의 예방을 강조하며,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치료보다는 병의 원인을 진단해 환자 스스로 치유할 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의사를 ‘좋은 의사’로 인정해왔다. 이런 의사의 도덕적 기준에 맞춰 본다면 심각하게 자본화된 현대 의료 시스템에서 ‘좋은 의사’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병은 어떤 원인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 아무런 이유없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영양결핍, 스트레스, 유전요인, 소화불량, 수면부족, 트라우마, 약물, 독소,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원인이 각종 질병을 부른다는 의미를 나무에 비유한 이미지다.

 

이런 의료 환경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의사를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나는 망설임 없이 ‘기능의학’ 의사를 찾아가보라 권한다.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게 뭐냐’고 되묻는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보편화되지 않은 분야지만 약처방 위주의 치료에 한계를 느낀 환자들의 입소문으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기능의학 의사들은 약을 위주로 처방하는 현대의학의 전형적인 진료행위보다는 환자의 생활과 몸상태를 점검해 병의 원인을 살피고 식생활 개선과 영양제 처방 등을 위주로 치료한다. 병의 원인을 찾아내 몸의 ‘기능’을 되살린다는 의미에서 기능의학이라 불린다.

미국에서는 유명 대학에 기능의학이 정식 과목으로 채택된 지가 오래 됐지만 우리나라에 기능의학이란 이름의 진료가 자리잡기 시작한 지는 채 20년이 되지 않는다. 이 분야의 첫 한국어 교과서로 불리는 <기능의학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의 저자 김덕수 의사(닥터웰 의원 원장)는 유튜브 ‘닥터 덕’을 운영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는 이 책에서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환자를 치료하면서 늘 느끼고 생각했던 것은 뭔가 빠진 것 같은데…지금까지 배운 의학적 지식만으로는 환자를 바르게 치료하기에 뭔가 부족한데…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기능의학 입문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약물에만 의존했던 기존 치료법에서 벗어나서 인체 속에 숨어 있는 100인 의사의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환자 스스로가 치료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기능의학적 접근법이야말로 건강을 지키고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신했다.

김 의사의 말대로 기능의학은 약물치료를 우선하지 않는다. 환자의 식생활과 생활환경을 체크한다. 그리고 몸의 대사기능과 영양상태 등을 파악하는 검사를 통해 병의 원인을 환자에게 설명해주는 과정을 밟는다. 필요한 식생활법을 알려주고 영양제 처방도 한다. 

스테디셀러 <환자혁명>의 저자로 한국을 오가며 세미나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능의학을 전파하고 있는 재미 의료인 조한경 의사도 그의 책에서 기능의학의 기본 철학을 전하고 있다. 그가 정리한 5가지 기본 철학은 다음과 같다. ▷모든 환자는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약물로 같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한다 ▷과학적이고 근거 중심적인 의학이다 ▷몸이 스스로 균형을 맞춰간다는 것을 믿는다 ▷우리 몸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고 노화질환을 예방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넘치는 활력을 발휘하는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기능의학의 길을 걷고 있는 의사는 아직 많지 않다. 이들은 기존 의료시스템에서 안정된 수입을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길을 택한 의사들이다. 돈벌이도 적을 것이다. 다만 이들은 획일적인 약처방 위주의 현대의료에 한계를 느끼고 의사로서의 보람을 다른 길에서 찾고 있는 의사들이다.

내가 기능의학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는 환자들이 ‘왜 내가 아픈지’에 대해서 의사로부터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작용이 많은 약처방 외의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에 환자의 건강 측면에서 볼 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돼서다. 무엇보다도 기능의학은 현대의료가 ‘자연치유’와 가장 맞닿은 지점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 응원하고 싶기도 하다.  

김덕수 의사도 그의 내과의사 친구에게 기능의학에 관심을 갖도록 설득하는 데 5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했다. 지금은 그 친구가 누구보다 더 열심히 기능의학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생소한 기능의학 분야에 더 많은 의사들이 참여하고 관심이 높아져 환자들도 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대한기능의학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각 지역 기능의학 의사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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